1. 글을 시작하며
인공지능(AI)은 이제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도 빠질 수 없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연구 아이디어 정리부터 코드 작성, 논문 요약까지 활용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AI의 답변이 본질적으로 ‘확률적 생성’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학과 기술처럼 정확성과 검증이 중요한 분야에서 과연 AI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AI가 질문에 답하는 방식의 구조적 특징을 먼저 살펴보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신뢰성 문제를 짚은 뒤, 과학·기술 분야 사용자가 AI를 올바르게 활용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2. AI는 어떻게 답변을 생성하는가?
AI는 ‘기억을 뒤지는 검색기’가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AI를 거대한 데이터베이스처럼 생각하시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AI는 학습 과정에서 수많은 텍스트 패턴을 통해 “어떤 맥락에서 어떤 단어가 이어질 확률이 높은가”를 수학적으로 학습합니다.
즉, 질문을 받았을 때, 과거의 문장이나 지식을 하나하나 불러와 비교하거나 저장된 문서를 검색해서 답을 고르는 방식이 아닙니다.
질문을 받으면 실제로 일어나는 일
AI가 질문을 받으면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 질문 문장을 토큰(의미 단위)으로 분해
- 질문의 맥락, 의도, 핵심 개념을 수치적으로 해석
- 그 상태에서 다음에 올 단어가 가장 자연스러울 확률을 계산
- 그 과정을 매우 빠르게 반복해 문장을 완성
이 과정은 “내가 배운 모든 지식을 훑어보자”가 아니라 “이 질문이라면 이런 설명이 나올 확률이 가장 높다”에 가깝습니다.
그럼 왜 ‘아는 것처럼’ 답을 하나요?
AI가 폭넓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이유는, 학습 과정에서 이미 다음과 같은 것들을 내재화했기 때문입니다.
- 개념 간의 관계
- 원인과 결과 구조
- 설명의 전개 방식
- 사람들이 질문할 때 기대하는 답변의 형태
그래서 질문이 들어오면 그에 맞는 개념 구조를 즉시 조합해 마치 이해하고 판단한 것처럼 보이는 답을 생성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의식적으로 “검토”하거나 스스로 판단 기준을 세워 사고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한계도 있습니다
이 구조 때문에 생기는 한계도 분명합니다.
- 사실처럼 보이지만 틀린 답을 할 수 있음
- 최신 정보나 특정 개인의 경험은 모름
-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인간처럼 설명하지는 못함
즉, AI의 답변은 지식의 재현이라기보다, 언어적 확률 계산의 결과입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AI는 질문을 받을 때 학습한 모든 내용을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의 맥락에서 가장 그럴듯한 답변을 확률적으로 생성합니다. 이 관점으로 AI를 보면 어디까지 믿어도 되는지, 어디서는 검증이 필요한지, 판단하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3. 확률적 답변의 한계
“확률적”이라는 점이 왜 문제가 되는가
AI의 답변은 본질적으로 “이 문맥에서 가장 그럴듯한 다음 설명은 무엇인가?”를 계산한 결과입니다.
이 구조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다음과 같은 위험을 만듭니다.
- 논리적으로 그럴듯하지만 틀린 설명
-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이론·공식·실험 결과를 만들어냄
- 조건이나 가정이 중요한데 이를 누락한 단순화된 설명
이른바 환각(hallucination)문제가 여기서 발생합니다. 과학은 “그럴듯함”이 아니라 검증 가능성과 재현성이 핵심이기 때문에 확률적 언어 모델은 구조적으로 충돌 지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과학자·엔지니어들이 AI를 쓰는 이유
아이러니하게도, 이 한계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AI를 ‘정답자’가 아니라 ‘조수’로 쓰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잘 작동하는 영역
- 논문 요약 및 비교
- 복잡한 개념을 여러 각도로 설명
- 수식 유도 과정의 초안 제시
- 코드 구조 설계, 리팩토링 아이디어
- 실험 설계 시 고려 요소 정리
이 경우 AI의 역할은 “검증된 답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사고의 속도를 높여주는 도구”입니다.
신뢰성이 확보되는 사용 조건
과학·기술 분야에서 AI의 신뢰성은 AI 자체가 아니라 사용 방식에서 결정됩니다.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사용 방식
- AI 답변을 검증 없이 그대로 채택
- 출처 없는 수치나 공식 사용
- “AI가 이렇게 말했으니 맞다”는 사고
비교적 안전한 사용 방식
- AI → 가설 제안
- 인간 → 검증, 계산, 실험
- 교과서, 논문, 공식 문서로 재확인
즉, AI는 ‘생각의 출발점’으로는 매우 강력하지만 ‘판결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왜 AI는 “틀릴 걸 알면서도 말하는가”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AI는 “모르겠다”와 “확률이 낮다”를 본질적으로 구분하지 못합니다. 질문이 들어오면 침묵하는 대신 가장 가능성이 높은 답을 만들어냅니다. 과학에서는 “모르겠다”가 정직한 답일 수 있지만, 언어 모델은 그 침묵을 선택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점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AI를 위험하게 만드는 구조적 이유입니다.
그래서 AI는 과학을 위협하는가?
아닙니다. 역할이 다릅니다.
- 과학: 진리를 검증하는 체계
- AI: 언어와 패턴을 다루는 도구
AI는 새로운 이론을 증명하지 못하고 실험 결과를 판정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사고의 폭을 넓히고 인간의 인지적 부담을 줄이며 반복 작업을 대체하는 데서는 매우 강력합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AI의 확률적 답변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정답으로 사용하면 위험하지만, 사고 보조 도구로 사용하면 매우 강력합니다.
4. 올바른 AI 사용 방법
AI의 역할을 먼저 명확히 규정해야 합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AI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역할과 매우 잘하는 역할이 명확히 나뉩니다. "판단자”가 아니라 “조수”로 위치시켜야 합니다.
맡기면 안 되는 역할
- 실험 결과의 진위 판단
- 수식·증명의 최종 검증
- 안전·의료·항공·원자력 등에서의 단독 의사결정
- 논문의 핵심 결론 도출
맡기면 좋은 역할
- 개념 정리 및 구조화
- 가설 후보 생성
- 비교 설명(이론 A vs B)
- 설계·분석 과정의 초안 작성
- 코드 보조, 문서화
과학·기술 분야에 맞는 질문 방식
AI의 신뢰성은 질문의 형태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위험한 질문 예
AI는 확신처럼 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이 이론이 맞아?”
- “이 결과가 옳은가?”
- “정답만 알려줘”
바람직한 질문 예
검증을 전제로 한 질문을 던지면 환각 가능성이 크게 줄어듭니다.
- “이 이론의 전제가 무엇인가?”
- “이 접근법의 한계는?”
- “검증이 필요한 부분을 나열해줘”
- “이 가설이 틀릴 수 있는 조건은?”
‘이중 검증 구조’를 기본으로 가져가야 합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AI 사용의 핵심 원칙은 다음 한 줄로 요약됩니다.
AI의 모든 출력은 ‘미검증 초안’이다.
실무적으로는 다음 구조가 안전합니다.
- AI로 초안 생성
- 사람이 공식·논문·실험으로 검증
- AI에게 다시 반론·대안 요청
- 최종 판단은 인간이 수행
특히, 수치/공식/인용/실험 조건은 반드시 외부 자료로 재확인해야 합니다.
분야별 올바른 사용 예시
수학·이론 과학
- 증명 아이디어의 방향 제안: OK
- 완성된 증명 신뢰: NO
- "이 증명의 취약 지점을 찾아줘”: 매우 효과적
공학·기술 설계
- 설계 옵션 나열, 트레이드오프 정리: OK
- 안전 임계치 결정: NO
- “이 설계에서 실패 모드는?”: 강점 영역
코딩·소프트웨어
- 구조 설계, 테스트 코드 생성: OK
- 보안·성능 최종 판단: NO
- “이 코드에서 버그 가능성만 지적해줘”: 매우 효과적
논문·연구 작성
- 서론 구조, 관련 연구 요약: OK
- 데이터 해석 결론: NO
- “과장된 표현이 있는지 점검”: 추천
AI를 안전하게 쓰는 사고 프레임
과학·기술 사용자에게 가장 중요한 태도는 이것입니다.
- AI가 말한 내용이 왜 그럴듯해 보이는지
-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추론인지
- 무엇을 확인해야만 신뢰할 수 있는지
AI에게 이렇게 물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 “이 답변에서 확실하지 않은 부분을 표시해줘”
- “검증이 필요한 주장만 따로 정리해줘”
- “이 설명이 틀릴 수 있는 시나리오는?”
이 질문들은 AI의 과도한 확신을 스스로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한 문장 원칙 (가장 중요)
과학·기술 분야에서 AI는 ‘답을 대신 내리는 존재’가 아니라 ‘사고 비용을 줄여주는 도구’여야 합니다. AI를 이렇게 쓰는 사람과 그냥 “물어보고 믿는 사람” 사이에는 시간이 갈수록 압도적인 실력 차이가 생깁니다.
5. 글을 마치며
AI는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매우 강력한 도구이지만, 그 힘은 사용자의 태도에 따라 위험이 될 수도, 경쟁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AI는 진리를 판별하거나 정답을 보증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사고를 확장하고 작업 효율을 높여주는 보조 수단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올바른 AI 사용이란, AI의 한계를 정확히 인식한 상태에서 검증과 판단의 주도권을 인간이 유지하는 것입니다. 확률로 답하는 AI를 맹신하지 않으면서도, 그 장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 그것이 앞으로의 과학·기술 사용자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역량이 될 것입니다.
이상으로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